드디어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를 보면 사고 싶은 욕구가 든다.
그렇게 여러 스티커들을 사거나 받거나 모았다. 

 

예쁜 스티커는 아까워서 못 붙였다.
붙이는 순간 그 스티커는 이제 더 이상 다른 곳에 붙일 수 없으니까.
최대한 좋은 곳에 붙이고 싶었다. 
완벽한 곳만 찾다가 결국 아무곳에도 붙이지 못했다.
그냥 스티커 자체를 모아두기만 했다. 

 

그러다 기존에 쓰던 말씀 노트를 다 써서 다른 노트가 없나 서랍장을 뒤적이다, 
예전에 캐나다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샀던 손에 꼭 들어오는 사이즈의 빨간 노트를 발견했다.

 

새빨간 게 참 예쁘지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뒷면에는 얼룩도 있었다.
딱 들고 다니고 싶지 않게 생겼었다.

 

노트를 새로 사기에도 아깝고, 이 노트를 어떻게 하면 들고 다닐까 고민하다
서랍장 한켠에 모아둔 스티커들이 생각났다. 

 

노트는 소모품이라 아끼는 스티커를 붙이긴 여전히 어려웠고, 
그러면 내가 절대 쓸일 없는 스티커들을 그냥 마음껏 붙여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붙여보자.
쓸일 없는 스티커니 실패하면 그냥 떼면 그만이야. 

 

하나 둘씩 붙여봤다. 
샵사이더에서 옷 구매하고 받은 스티커, 이젠 더 이상 갈 일 없는 학교와 관련된 스티커, 수코시마트에서 받은 스티커.. 등등 

 

그닥 예쁘진 않지만 스티커를 내 마음대로 붙이는 과정은 즐거웠다.
분명 이걸 기대하고 나는 스티커를 사모았을 텐데.. 어쩌다 완벽주의가 내 안에 들어와서 이 행위를 멈추게 되었을까. 

 

예쁜 노트를 만들려고 스티커를 모은 게 아니었다.
그냥 붙이는 게 즐거워서 모으기 시작했던 건데.
어쩌면 나는 스티커를 아낀 게 아니라 실패를 아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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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doyuniverse
doyuniverse
7월 27, 2026 9:05 오후

아끼다 똥 된다는 불변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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